이달 초부터 화물 도착지 및 도착시간 등 정보 수집 및 데이터화
관련업계, "육상운송시장 진출로 국내 물류시장 지배력 키울 듯" 우려
머스크 본사 ‘Stay Ahead(앞서간다)’ 정책과 부합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머스크는 최근 국내 육상운송사를 인수해 사실상 내륙운송시장에 진출함과 동시에 화주들의 정보를 수집 및 데이터화 하고 있어 관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6일부터 자사와 계약돼 있는 운송사와 화물차주들에게 수입 풀컨테이너 및 수출 공컨테이너 반출 후 작업지 도착 시, 반드시 ‘이트랜스 드라이빙’이라는 어플을 통해 도착전송을 필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머스크는 해당 공지를 통해 '머스크에서는 효율적인 컨테이너 관리를 위해 어플을 통한 작업지 도착전송 서비를 시행하오니 운송사 및 기사분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하면서,’ '해당 어플을 이용해 작업지 도착 시 전송하고, 왕복이라면 출발도 전송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머스크측은 어플 용도에 대해 자사가 운영하는 공컨테이너를 내륙에서 데포(Depot)나 CY에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이 같은 머스크측의 설명을 믿지 못하고 있다. 머스크가 최근 물류자회사인 '담코'를 통해 국내 중소운송사를 인수한데 이어 화주들의 정보까지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룡기업인 아마존이 고객정보를 빅데이터화 해 유통시장을 장악했듯, 머스크도 국내 화주들의 정보를 집적해 빅데이터화 하려는 목적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운송사 관계자는 “해당 드라이빙 서비스를 통해 터미널에서 반출해 도착지까지 시간이 산출되고, 도착지에서 출발할 때 어플을 이용해 신호를 주면 작업시간이 산출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정보들은 운송사들이 필요한 정보인데 선사인 머스크가 추가적으로 수집한다는 것은 결국 국내 내륙운송사업을 직접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국내 ‘컨’선사 관계자도 “선사가 화주에게 발행해주는 DO(Delivery Order)를 통해 화주와 BL넘버 등이 확인되는 등 이미 화주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음에도, 운송사들이 알고 있는 화물의 도착지와 도착시간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얻겠다는 것은 결국 국내 화주들의 정보를 집적해 빅데이터화해 활용하려는 계획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련업계의 이 같은 우려는 머스크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지난 2018년 1만8,000TEU 선박 20척 발주를 끝으로 신조선 발주를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스웨덴과 미국 등 해외 여러 곳에 육상운송과 창고, 통관업체를 연이어 인수하는 등 내륙물류 서비스를 확대해 가고 있다. 

이는 이 회사의 미래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머스크는 지난 2018년 10월 향후 5개년 계획으로 ‘앞서간다(Stay Ahead)’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내륙물류서비스 확대를 위한 육상운송업체 인수를 추진해 나갈 계획임을 공표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머스크가 기항하는 주요 국가에서의 물류회사 M&A를 진행하고 있다.

이 선사 관계자는 “머스크가 육상운송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당장 시장에 진출하진 않겠지만, 머스크 정책을 살펴보면 화주들의 정보 빅데이터화를 통해 조만간 국내 육상운송도 직접하려고 할 것”이라며, “머스크 본사 정책과도 상당히 부합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정보 수집작업이 육상운송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작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운송사 관계자도 “일부 화주들은 머스크가 요구하는 정보가 별 것 아니라고 크게 견제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머스크가 육상운송시장에 진출할 경우 가장 위협이 되는 건 국내 선사들과 2자물류업체들이 될 것”이라며, “머스크는 제조사가 없다는 이유로 2자물류기업들이 받는 제재도 피할 수 있다. 이미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국내 시장에서도 지배력이 큰 상황에서 화주 정보를 무기로 국내 해운물류뿐만 아니라 무역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운물류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이 같은 움직임을 견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일례로 HMM도 국내 물류업체를 M&A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 전문가는 “머스크가 세계적으로 물류시장 진출을 본격화 했고, 이제는 국내에도 손을 뻗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그동안 일단 하고자 한다고 하면 끝까지 밀어붙여 터미널사업을 키웠고 선박대형화도 주도해 왔다”며, “머스크뿐만 아니라 CMA-CGM이나 코스코(COSCO) 등도 물류업체를 앞다퉈 인수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 해운시장 트렌드가 물류사업과 연계해 확장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주들도 지금 당장 머스크가 요구한 정보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마존 사례에 비춰보면 그 별 것 아닌 정보가 쌓이면 가장 큰 무기가 되는 것”이라며, “플랫폼 기업들이 목적을 가지고 정보를 쌓은게 아니라 쌓아둔 정보를 가지고 신사업을 발굴했었는데, 머스크도 확보한 정보를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어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이미 글로벌 1위 선사로 시장장악력이 큰 머스크가 국내에서 내륙운송까지 잠식하고 국내 화주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이를 적극 활용한다면 국가의 물류근간이 뒤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예상하고는,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려는 한국형 뉴딜사업의 하나인 ‘해양수산빅데이터 플랫폼’이 머스크에 의해 탄생될 지경인데, 정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의 흐름과 머스크의 속내가 훤히 보이는 상황에서 HMM은 머스크가 한참전에 끝낸 선박발주를 이제야 하는 등 몇 박자씩 느리게 반응하고 있다”며, “국내 1위 '컨'선사인 HMM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가려면 물류업체를 인수하는 등 여러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본지는 지난 21일 머스크측에 관련업계의 이러한 우려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으나, 23일 오후 현재까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박재서 머스크 한국법인 대표는 21일 관련 질문에 “언론에 나갈 내용은 본사에 확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메일로 관련 내용을 보내 주면 답장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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