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이행 시점 놓고 양측 팽팽한 기싸움
노조 “당장 시행하지 않으면 파업”, 업계 “주변여건 마련 후 시행해야”

택배노조가 택배터미널에서의 분류작업에 인원을 투입키로 한 택배사들이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파업 가능성을 예고했다. 택배업계는 합의 이행에 필요한 여러 사항들이 준비되지 않은 시점에서 곧바로 이를 시행하라는 것은 노조측의 지나친 억지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6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총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택배사가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고 있어 택배 노동자들이 다시 장시간 분류작업에 내몰리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 이행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이날 오후에 회의를 열어 파업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 택배노조와 택배업계 등이 참여하고 있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분류작업에 대해 택배사가 책임지는 것을 골자로 한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택배사들이 지점과 영업점에 분류작업을 계속하라는 취지를 담은 공문을 보냈다”며, “택배사들은 작년 10월 자체적으로 발표했던 규모의 분류인력만 투입한 뒤 더는 인력 투입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노조의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사실상 합의를 파기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CJ대한통운은 4,000명, 롯데와 한진은 각각 1,000명의 분류인력을 투입하고 나면 책임이 끝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롯데와 한진은 자동화 설비가 갖춰지지 않아 1,000명만 투입되면 70% 이상의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계속해야 하고, CJ대한통운도 약 15%의 노동자가 분류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는 합의안을 완전히 파기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지난 25일과 이날 오전에 걸쳐 CJ대한통운 등 3사에 보낸 공문을 통해, 분류인력을 투입하지 못할 경우에 수수료를 지급할 것을 요청했지만, 택배사들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는 택배업계가 26일 밤까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며, 이미 총파업 관련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며 노조원 대다수로부터 파업동의를 받아놓고 있다.

대책위 및 노조의 이같은 주장에 택배업계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한 내용들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측이 다소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택배업계는 합의안에 시행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21일 1차 합의 후 이튿날부터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대책위나 노조가 ‘터미널 분류인력 등을 택배사가 책임진다’는 합의안 내용만 갖고 택배사를 압박하며 당장 시행하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합의안에는 시행시기에 대해 규정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거래구조 개선작업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인력투입을 마무리 하기로 돼 있으며, 구체적 시행시기는 앞으로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군다나 노조에서는 당장 분류작업을 택배기사에 맡기는 경우 당장 비용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비용을 얼마를 지급할지는 이를 산정하는 작업을 사회적합의기구에서 확정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러한 비용산정도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당장 분류비용을 달라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양측이 이번 1차 합의안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향후 양측이 이러한 시각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택배업계와 합의에 실패하면 노조는 곧바로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어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 배송에 적지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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