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국장] 정부와 부산항만공사(BPA)가 주도하고 있는 부산신항 터미널 통합작업에 따른 파열음으로 관련업계가 시끄럽다.

이번 통합을 두고 국내 유일 국적운영사인 한진이 크게 반발하고 있고, 국내 항만운영사 대다수도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는 정책”이라며 정부와 BPA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올해 초 해수부와 BPA가 부산신항 운영사를 통합하는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부터다.

해수부와 BPA는 올 상반기까지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 1부두)과 다목적부두(BNMT), HMM‧PSA신항만터미널(HPNT, 4부두) 등 3개 터미널을 통합 운영할 방침이다. 지리적으로 보면 신항 가장 안쪽 ‘ㄷ’자 형태의 부두를 통합하는 것이다. 가장 구석진 자리에 위치해 있어 항만 전체적으로 보면 선사들이 기항하길 꺼리는 자리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를 통합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는데, 관련업계가 이렇게까지 시끄러운 이유가 뭘까. 문제는 통합시기이다. 일단 올 상반기 내에 해당 터미널이 통합되면 터미널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대형 얼라이언스(Alliance) 물량의 연쇄적 이동이 불가피하다. 전세계 해운시장은 크게 3개 얼라이언스로 재편돼 있는데, 이중 2개 얼라이언스가 이번 터미널 통합작업과 연계돼 있다.

1, 4부두와 그 사이에 낀 다목적부두를 통합하면 해당 부두는 PSA가 통합 운영하게 된다. 현재 1, 4부두에는 각각 ‘2M’과 ‘디얼라이언스’ 물량을 처리하는데, 이 부두가 통합되면 2부두(운영사 PNC)와 4부두에서 물량을 나눠 기항하고 있는 디얼라이언스는 운영 및 비용측면에서 통합부두로 옮겨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마찬가지 이유로 2부두를 사이에 두고 1, 3부두를 기항하던 2M은 2부두로 옮겨갈 것이 확실시 된다. 현재 운영중인 1~5부두는 모두 선석이 3개 씩이지만, 2부두만 유일하게 선석이 6개이다. 더군다나 2M이 2부두로 이전하면 환적화물의 부두내 운송료인 ITT 비용(연간 약 40억 원)도 아낄 수 있다.

조금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3부두를 운영하고 있는 한진만 난감해지게 된다는 점이다. 안정적 운영을 위해 메인 얼라이언스 물량은 필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통합작업으로 얼라이언스들이 대규모 터미널에 자리를 잡게 되면 2M의 물량을 뺏긴 한진의 사업 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운영사의 운영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부두 대형화에 따른 피해를 한진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번 정책 추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진측은 정부의 부두운영 통합에는 찬성하지만,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션얼라이언스’ 물량을 단독 처리하고 있는 5부두(BNCT)를 제외하면, 오는 3월 말 신항내 모든 터미널의 계약이 만료된다. 이에따라 이미 터미널 통합에 따른 관련 계약이 진행되고 있으며, 2M의 한진터미널 이탈은 거의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진을 제외한 양대 얼라이언스와 두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 간 협상은 이미 시작됐으며, 계약기간은 3~5년이 거론되고 있다. 신항내 기존 계약기간은 3년이었지만, 이번 재계약과 관련해선 운영사들이 안정적 물량확보를 이유로 5년을 강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이 온다면, 한진은 메인 얼라이언스 물량 없이 앞으로 5년을 버텨야 한다. 어떻게 해 볼 겨를도 없이 경영이 악화되는 현실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진이 운영하는 3부두는 지난 2017년 국내 금융사가 모여 만든 해양펀드와 BPA에서 2,490억 원을 투입해 살려놓았다. 이러한 터미널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한진은 해수부와 BPA측에 통합시기를 조금 미루자고 요청하고 있다. 오는 2023년 2-5단계 부두가 개장하면 해당 부두와 3부두가 통합키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해당 시점에서 통합작업을 같이 진행하자는 것이다. 통합은 하되, 각 운영사가 비슷한 경쟁력을 갖췄을 때 진행하자는 것이다.

한진측의 이러한 주장은 무리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신항내 단 하나뿐인 국적 운영사를 정부와 국가공기업인 BPA가 지원은커녕 해코지는 말아야 한다. 일각에선 한진이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한다. 물론 혹자는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언론플레이가 아니다. 부산항은 대한민국 항만이지, 외국 항만이 아니다. 현 상황만 보면 한진이 외국 항만에서 홀로 고립돼 있는 형국인 것 같다.

한진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경쟁할 여건만 갖춰주자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전 세계 그 어떤 국가도 자국 기업을 이렇게 대하진 않는다. 특히, 한진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의 가장 큰 관문에서 단 하나 남은 국적운영사가 아닌가.

통합작업을 조금 미룬다고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나는가. 오는 3월 대다수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정책시행의 적기라는 이유는 정당화 될 순 없다. 좋은 정책은 반드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정부와 BPA는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단 몇 % 일지라도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과 그 파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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