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협회 사장단 연찬회'를 운임담합 장소로 지목
HMM, "부담 느끼지만, 아직 탈퇴까진 고려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컨테이너 선사들에게 약 1조5,000억 원의 과징금 철퇴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이 한국해운협회 회원사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운임담합 근거지를 해운협회로 지목하고 있는데다, 주력 노선이 원양이라는 점 등 HMM의 입장에서 협회 회원사 자격을 놓고 실익을 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어 관련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컨테이너선사들에게 운임담합과 관련해 과징금 철퇴를 예고하면서, 이들의 불법행위 근거지로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해운협회를 지목하고 있어 HMM이 협회 탈퇴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MM은 이미 협회 사무국 내에 설치된 항로별 협의회 중 중국측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한·중항로협의회를 제외한 나머지 한·일항로협의회와 동남아항로협의회를 지난해 탈퇴했다.

공정위는 국내 ‘컨’선사들에게 연근해항로에 대한 운임담합을 이유로 약 1조5,000억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으로, 주력노선이 원양항로인 HMM에는 일부 연근해 항로 운항에 따른 과징금 약 500억 원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의 경우 동남아에서 약 300억~350억 원, 한·중과 한·일항로에서 150억~200억 원 등 총 5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이 추정되고 있다”며, “원양이 주력인 HMM은 과징금 규모도 다른 선사들보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이들 선사들과 함께 담합했다는 오해를 사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협회 탈퇴도 염두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MM은 국내 대표 선사로서 해운협회 회원사로서 상징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주요 근거지를 해운협회와 협회 사무국내에 설치된 항로별 협의회가 지목되고 있어 HMM으로서는 협회 회원사 자격 유지에 대해 고심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공정위는 해운협회가 문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던 '2003년 사장단 연찬회'를 운임담합의 시초로 정하고, 2018년까지 16년간의 기록을 가지고 총괄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해운협회의 사장단 연찬회는 정기(컨테이너), 부정기(벌크), 정책, 안전·환경 등 4개 분야의 분임토의에 각 사 사장들이 파트별로 참여해 주요 이슈에 대해 논의해 왔다.

공정위의 압수수색을 받은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불법행위에 대한 기한을 2003년부터로 잡은 것은 해운협회가 2003년부터 연찬회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사장단 연찬회에서 정기선 분야에 ‘컨’선사 사장들이 참여했고, 공정위도 이를 근거로 봤을텐데 HMM도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상황을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국정농단으로 불거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태 이후, 이익단체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여론이 커진 시대적 상황도 HMM의 회원사 탈퇴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당시 재벌들의 정경유착 근거지로 지목되면서 이에 대한 반감여론에 부담을 느낀 삼성을 비롯한 4대그룹이 회원사를 탈퇴한 바 있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전경련 사태 이후 기업들이 가입해 활동하는 이익단체를 투명하고 깨끗한 조직으로 보지 않는 국민들의 시선이 커졌다”면서, “정부정책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HMM이 이같은 반국민 정서에 대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HMM측은 공정위 조사와 이익단체에 대한 국민반감 여론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회원사 탈퇴와 관련해서는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HMM 관계자는 “전경련 사태 이후 협회에 가입한 기업에 대한 국민 반감여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정책자금을 지원받는 입장에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순 없다”면서도, “협회 회원사 탈퇴 문제는 가벼운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이를 염두하진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