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V 들여와도 운영시스템 미비로 운영 불가…‘총체적 난국’

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은 부산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 2-5부두에 대해 오는 10월 국내 최초 완전자동화 부두로 개장할 것을 자신했다. 사진은 조 장관이 당시 건설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모습.
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은 부산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 2-5부두에 대해 오는 10월 국내 최초 완전자동화 부두로 개장할 것을 자신했다. 사진은 조 장관이 당시 건설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모습.

국내 최초 완전자동화 터미널로 오는 10월 개장 예정인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자동이송장비(AGV)가 순차적으로 터미널에 들어와도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내년 개장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GV 도입이나, 이 AGV를 운영하는 운영시스템 모두 ‘국내 최초 개발’인 만큼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야함에 따라 오는 10월 개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항만업계에 따르면,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2-5단계 터미널에 도입되는 AGV를 운영할 수 있는 FMS(Fleet Management System)가 아직 개발 중에 있어 AGV 장비를 들여와도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산신항 서‘컨’부두에는 지난 5월부터 첫 AGV를 들여올 예정이었으나, 장비 진입 도로가 정비되지 못해 1호기부터 예정 일정대로 반입되지 않아 10월 개장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최근 자동화의 핵심 장비인 AGV 반입은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해당 장비를 운영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이 없어 장비를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이 FMS 시스템은 현재 현대로템측에서 개발 중으로, 이 회사는 AGV 장비 제작사인 네덜란드 VDL사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AGV 잔여분 43대를 제작키로 한 상황이다. 현대로템은 AGV 제작뿐만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FMS도 처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운영사인 동원측에서는 기한내에 테스트를 완료해 오는 10월 항만무인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현대로템에서 지난해 하반기 FMS 개발에 들어가 기본개발이 끝났고 디지털 테스트 중으로 고도화작업 진행이 남았지만 기한 내에 완료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다수의 항만업계 관계자는 기한내에 테스트를 완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국내 한 항만전문가는 “자동화의 핵심은 AGV 운영 소프트웨어인 FMS에 있는데, 다른 해외 자동화 부두도 안정화 시키는데 1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는데, 모든 것을 최초로 해보는 곳에서 어떻게 테스트를 끝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또 AGV, FMS 다 구비되면 이 시스템을 전체 터미널 운영 시스템인 TOS(Terminal Operation System)를 비롯해 다른 프로그램과도 연결해야 하는데 기한 내에 도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도 “AGV를 도입키로 하고 VDL사에 장비를 발주하고 나서 장비 반입이 임박할 때까지 FMS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뒤늦게 장비를 들여오려고 하니 진입로도 필요한데다, ‘FMS’라는 운영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개발에 들어갔는데, 국내에선 최초 제작 및 개발이다보니 테스트 기한이 충분히 필요할텐데,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장비를 움직이려면 FMS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뒤늦게 TBA사로부터 프로그램을 사오려고 했으나, AGV와 함께 일괄판매한다는 답변을 듣고 현대로템측에 급하게 개발을 맡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FMS는 최초 개발인만큼 추후에 문제가 없으려면 시간을 충분히 갖고 테스트를 거쳐서 안전하게 해야한다. 프로그램 개발 후 테스트 기한을 단축해서 개장을 할 순 있겠지만 요즘같이 항만사고에 예민한 시기에 무리하게 개장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세계 1위 AGV 제작업체인 TBA는 자체적으로 FMS를 개발 및 보유하고 있으나, 이 프로그램만 별도로 판매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동원으로부터 AGV를 발주받은 현대로템측이 직접 FMS 프로그램 개발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볼 때, 우여곡절 끝에 AGV가 국내에 순차적으로 반입이 된다고 하더라도, 장비를 원활하게 운영 및 제어할 FMS와 TOS 등이 안정적이지 않아 AGV를 운영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 부산항만공사(BPA)측은 AGV 문제는 운영사에서 책임질 문제이며, 본인들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BPA 홍보팀 관계자는 “AGV와 관련해선 운영사에서 100% 다 하는 것이라고 한다”며, “BPA는 운영사가 아니고, 이(AGV) 부분은 동원 몫으로, 우리가 컨트롤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FMS는 개발 후에도 기존 터미널 운영시스템인 토스(TOS, Terminal Operation System)를 비롯해 터미널 내에서 사용하는 자동화 장비 프로그램과 서로 연결시켜야 하는데, 이러한 작업도 상당한 기한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PA는 2021년 9월 부산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운영사로 동원컨소시엄을 했다. 이후 BPA는 운영법인인 DGT에 지분 30%를 출자했다.
BPA는 2021년 9월 부산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운영사로 동원컨소시엄을 했다. 이후 BPA는 운영법인인 DGT에 지분 30%를 출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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