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지난 2007~8년 (선주사들이)선박 발주를 많이 했는데 이때 선가가 많이 하락해 (조선업계가)저가로 수주한 것이 해운업계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은 최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조선·해운회사 대표 긴급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이 어떤 뜻으로 이같은 발언을 했는지 알 순 없지만, 업계 및 금융권에서는 말도 안되는 ‘궤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7년부터 2년 간은 조선업계에서 호황기를 누렸던 때로 선박가격이 상당히 비쌌으며, 또 3~4년이 지난 현재의 선가는 당시 선가보다 반토막 수준이기 때문에 김 사장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에서 2007~8년도는 가장 높은 가격으로 선박을 수주했던 시기였다”며 “현재 당시보다 절반 수준의 선가로 수주를 받고 있는데, 해당시기에 선가가 하락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 역시 “선가하락을 주도했던 것은 중국조선소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그랬던 것인데, 국내 조선업계와 함께 모인 자리에서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은 결국 현재 시황악화의 원인을 조선업계에 떠넘기는 행위”라며 “선박발주 유무에 대한 최종결정은 해운사가 판단하는 것”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게다가 선가가 고가로 형성됐던 당시에 무리한 선박투자로 일면 선박공급 과잉을 부추겼던 한진해운이 국내 조선소에 저가수주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진해운은 당시 선가가 높게 형성됐을 때 무리한 선박투자로 당시 발주했던 선박 중 마지막 선박에 대한 선박금융을 3~4년 후인 지난 3월이 돼서야 조달받기도 했다. 금융조달 당시 선가가 발주시기에 비해 절반수준 밖에 못 미치자, 산업은행으로부터 현재 선가의 약 90%를 조달받고 나머지는 자담으로 조달해 배를 인도받은 바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해당선박이 컨테이너 주력선사인 한진해운에서 벌크선인 케이프사이즈를 인도받으며 용처가 없어 선박공급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바 있다.

해운업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계도 불황이어서 고가로 수주를 못하는데 저가수주를 자제해 달라는 것은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얘기”라며, “한진해운이 고가로 선박을 발주해 하이어 베이스(Hire Base 배의 코스트를 1개월 1중량 t당으로 산출한 것)가 높아 저가로 선박을 발주한 업체보다 손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통상 하이어 베이스가 높으면 선사 입장에서 마진이 덜 남기 때문에 저가선박에 비해 손해”라고 설명했다.

작금의 해운시황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선사들이 호황기에 무분별하게 고가로 선박을 발주했기 때문이라는 점은 해운업계 종사자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 측은 1분기 실적 IR자료를 통해 벌크선 공급이 과잉돼 있어 향후 시장전망이 어두울 것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국내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의 대표가 시장악화에 대한 자성은 없이 조선업계 탓만 하며 해당업계에 저가수주 자제를 요청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김 사장은 현재의 해운시황 악화와 악순환의 연속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다시한번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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