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경영권이 없는 제3자에 의해 회사의 중요 정책이 결정된다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현대상선을 10년 이상 다녔던 업계 관계자가 최근 불거지고 있는 현대그룹의 제3자 경영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얼마 전 현대증권 노동조합이 배포한 자료에는 현대그룹과 연관이 거의 없는 황두연 ISMG 사장이 현대상선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조는 문제의 황 사장이 현대그룹 계열사의 경영에 관여하면서 각 계열사의 개별적인 거래나 계약체결시 자문 형식으로 수수료를 편취해 개인적인 이득까지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계열사 대표까지 황 사장의 인물들로 채우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 관계자는 “현대상선 이석희 사장도 황 사장 라인으로 구분됐지만, 최근 경영회의에서 황 사장의 경영개입에 반발하다 눈 밖에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유창근 전 해영선박 대표 역시 황 사장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등 경영 전반에 걸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녹취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황 사장은 ‘크게 크게 해서 피(Fee,수수료)를 많이 뽑아야 한다’고 하는 등 상선의 선박펀드도 1~2척이 아닌 20척으로 엮어서 큰 액수로 개인이득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노조에서 주장했던 여러 의혹들 중 하나였던 현대상선 사장 교체설이 최근 사실로 확인되면서 업계는 “다른 여러 건의 주장들도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며 웅성거리고 있다.

또 현재 현대상선이 상당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황 사장이 이 회사를 통해 다양한 이득을 채우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대상선은 지난 상반기 내내 적자를 기록하고 3분기 흑자로 반짝 돌아섰지만, 누적적자가 2,970억 원이나 된다. 또 내년 상반기에만 돌아오는 회사채가 4,400억 원이나 되는 등 자금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 회사는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유상증자와 함께 영구채 발행도 검토하고 있지만, ‘어찌됐든 많이 뽑아야 한다’는 식으로 개인 이득을 위해 경영에 개입한 인물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문제가 크게 불거졌음에도 그룹 홍보실 및 현대상선 홍보팀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다, 그 책임을 현대증권에만 전가시키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그룹에서는 현재 일체 대응하지 않고 있으며, 증권 노조에서 터트렸기 때문에 증권(홍보팀)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 사안이 정말 홍보실 주장대로 현대증권 만의 일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녹취록에 나와있듯 현대상선과 무관한 황 대표는 회사의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그렇다면 회사 차원에서 이에 대한 해명이나 설명이 있어야 한다. 현대상선은 엄연히 상장회사이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회사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로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진다면 그 손실은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상선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대상선은 작금의 위기상황에 대해 ‘세계적 경기침체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녹취록이 세상에 알려진 이상 무조건 외부요인을 핑계거리로 삼을 수만은 없다. 더군다나 이러한 불황에도 흑자를 내고 있는 선사들도 더러 있지 않은가.

내년 시황도 전반적으로 컨테이너와 벌크 등 전 선형을 불문하고 불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언제까지 실적부진의 이유를 외부에서만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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