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최근 본지가 ‘얼어붙은 선사… 눈 구경 가는 한국선급’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선급(KR)이 직원들에게 호화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자, 한국선급이 본지에 정정 요청 공문을 보내왔다.

본인들이 설명한 대로 즉각 정정 요청이 되지 않으면 언론중재는 물론,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도 덧붙여져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극심한 불황으로 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 한국선급이 모든 직원들에게 해외로 휴가를 보내주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이번 계획은 도전정신과 극기능력 배양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열악한 시설의 산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도보산행으로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본지는 해당 기사 말미에 한국선급 측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에 이를 수정해달라는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 본지는 휴가가 아닌 ‘챌린지 코스 프로그램’이라는 회사 측 주장을 이미 해당 기사에 게재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히말라야는 산이기 때문에 산장에서 묵고 도보로 산행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또 오공균 회장이 녹색산업기술원의 원장으로 가기 위해 직원들에게 선심용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와 관련, “이 프로젝트는 2008년 직원의 아이디어로 처음 시작됐으며 직원들의 적극적 건의를 통해 2011년 설명회를 거쳐 전 직원들의 합의하에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지난 2008년에 직원이 제공한 아이디어임에도 4년여가 지난 올 7월부터 시행됐다는 것은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취재 당시 한국선급 관계자는 “해당 프로젝트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됐으며, 미국여행은 상반기에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예산이나 시기적인 문제로 프로젝트가 수년 후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지만, 하필이면 오 회장의 퇴임이 임박한 시점에서 전격 실시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업계 대다수 관계자들이 의문시하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선급 측이 이 프로젝트를 최종 확정한 지난해는 일부 선사가 수천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국내 선사들이 세계 경기불황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였으며, 이러한 흐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KR은 “조직구성상 녹색산업기술원은 한국선급 신성장산업본부 소속으로, 오 회장이 임기 후에 기술원 원장으로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본부 소속의 기술원이라고 하더라도 향후 충분히 독립해서 분리시킬 수 있다. 게다가 임원의 수를 변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관을 개정하고 국토해양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팀을 늘리거나 별도로 분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관 개정 없이 이사회에서 충분히 승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오 회장이 퇴임한 후 기술원 원장으로 갈 수 없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만약, 오 회장이 원장으로 갈 수 없다는 내부 규정이 있다면 공개하면 될 일이다. ‘오 회장이 기술원 원장으로 가려고 한다’는 이야기는 기술원이 개원되면서부터 업계 대다수 사람들로부터 제기돼 왔다. 본지는 이번에 업계의 이러한 의혹을 그대로 인용 보도한 것뿐이다.

마지막으로 본인 의사에 따라 미국까지 입맛대로 골라서 휴가를 다녀올 수 있다는 부문과 관련해서는 “전체 직원 중 추천을 통해 우수직원을 선발해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 또한 취재 당시와는 다른 내용이다.

기자는 분명 기사를 보도하기 전, 한국선급 측에 확인절차를 거쳤으며, 당시 관계자는 “(우수직원이 아닌)신청자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따져 본지는 한국선급 측의 정정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이번 보도의 핵심은 선사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 현직 회장의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선급이 600명이 넘는 모든 직원들을 9박10일간 해외로 보낼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선급 측은 직원들의 도전정신과 극기배양을 위해 이번 ‘해외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말 이러한 이유에서라면 히말라야가 아니라, 우리나라 산과 바다에서 시행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번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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