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신불자 등 문제해결 선행돼야”

- 국토부, “내년 2월부터 신규번호판 공급”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정부가 신규 택배차량 허가 문제에 대해 구체적 허가절차에 들어갔지만, 택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국토해양부는 택배분야 집화 및 배송에 쓰이는 사업용 화물자동차 공급을 위해 관련 규정 제·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구체적 허가 절차 시행에 들어갔다고 18일 밝혔다.

국토부는 택배분야의 차량부족 및 이로 인한 불법 자가용 운행 문제 해결을 위해 사업용 택배차량 공급방침을 정하고 관련 규정 마련 작업을 실시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7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 을 공포 및 시행하고, 12일 차량 공급기준 및 허가요령을 고시한바 있다.

허가 절차의 첫 단계로 택배기사들이 계약을 체결하고 집화 및 배송에 종사할 수 있는 택배사업자 인정 신청을 공고했다.

아울러 택배사업자로 인정받고자 하는 운송사업자(업체, 조합 등)는 고시에서 규정된 시설 및 장비기준을 충족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이달 말까지 국토부에 제출해야 한다.

국토부는 내년 1월 중순까지 택배사업자 인정 및 허가 대수를 확정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용 택배차량 공급을 위한 일련의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해 내년 2~3월 경부터는 지자체별로 허가 신청 및 허가 발급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는, “사업용 택배차량 공급을 통해 영세 자가용 택배기사가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과 동시에 택배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편의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방침에 택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로 개정안을 추진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는 정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를 간과한 채 두루뭉술하게 개정안을 처리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체 배송근로자 가운데 30~40%에 달하는 신용불량자(이하 신불자)의 차량 소지 문제와 대리점(영업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제도가 시행되면 택배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올 것이라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신불자는 사업용차량을 소지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더라도 본인 앞으로 재산을 소유할 경우 곧바로 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차압을 당하게 된다. 따라서 실질적 재산인 사업용차량을 신불자 본인이 소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우 신불자들은 택배시장을 떠날 수 밖에 없다.

대리점 문제도 있다. 현재 자가용 차량을 활용하는 대다수 대리점은 대리점주(영업소장)가 차량을 모두 소유하고, 택배기사를 고용해 점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방침은 ‘1인 1 번호판 지급’이 원칙이다. 따라서 택배기사가 직접 차량을 소유하지 않으면 신규 사업용 번호판이 지급되지 않는다.

업계는 이러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새로운 제도 시행은 택배업계를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1월 중순까지 택배사업자 및 허가 대수를 확정한다고 하는데, 그 이전에 신불자와 대리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다수 택배업체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며 “이 경우 택배업계가 극단적인 행동(운송 거부 등)에 돌입할 것이고, 이로 인한 피해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택배는 네트워크 산업으로 현재 배송인력의 10%만 떨어져 나가도 서비스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하고는, “정부 방침대로라면 자가용차량이 많은 업체는 60~70%, 상대적으로 적은 업체는 20~30% 가량 이탈이 불가피해 택배시장에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들 문제에 대해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신불자 문제가 대두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국토부는 자격요건을 갖춘 신불자가 사업용차량을 소지할 수 있도록 금융권이 차량을 차압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며, 이를 위해 금융관련 정부기관과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특정인(산업)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금융관련 정부기관과 금융권에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 대리점 문제에 대해서는 “사업용번호판을 업체에 주면 프리미엄을 받고 시장에 팔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1인 1차 소유’ 규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이 정부와 업계가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각자의 주장만 반복하고 있어, 연말연시 택배시장에서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내년 신규 사업용 번호판 공급이 완료되면, 서울 및 경기지역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현행법에 따라 불법화물운송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카파라치제’를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따라서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자가용차량으로 택배배송을 할 수 없게 돼 택배시장에서의 퇴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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