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지난 4일부터 시작된 CJ대한통운 일부 택배기사들의 배송거부사태가 열흘을 넘기고 있다.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사안이 ‘갑·을 관계’로 비화되면서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면 우선 내용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CJ GLS와 CJ대한통운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한통운 영업소의 수수료가 인하된데다, 금전적 페널티제가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우선 수수료 인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택배회사는 전국을 각 지역별로 나눠 수수료 체계를 차등 적용시킨다. 예를 들어 물량이 많고 배송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은 조금 낮게, 산간벽지와 같이 물량이 적거나 밀집도가 낮은 지역은 높게 책정한다. 전국을 일률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모든 택배회사가 공통으로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CJ대한통운이 두 회사(GLS, 대한통운)를 통합하면서 같은 지역에 공존하고 있는 양사의 영업소에 똑같은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 일부 대한통운 조직이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GLS 배송기사들은 단 한 명도 이번 배송거부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통합 이전보다 수수료가 높아진 곳이 많다고 하니, 운송을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이는 수수료 부문에만 해당된다.

또 한 가지는 ‘금전적 페널티제’의 도입이다.

CJ대한통운과 경쟁사인 대다수 택배업체도 각 영업소와 계약 시 페널티제를 적용하고 있다. 택배업체 본사 입장에서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도를 운영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본사 차원에서 고객과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을 시 금전적으로 얼마’라고 규정하고 있는 업체는 없다. CJ대한통운과 경쟁사인 A사의 경우, ‘월담 등의 불법행위나 고객에 폭언 및 폭행을 했을 경우 소정의 페널티를 부과한다’고 명문하고 있다. 그러나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벌금을 부과한 적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한 달에 한 번 우수 영업소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그렇지 못한 영업소에는 구두경고를 주는 수준에서 그친다고 한다. 

CJ는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각 행위마다 적게는 몇 백 원에서 많게는 몇 십만 원으로까지 나눠 금전적 페널티를 부과한다.

이러한 페널티제 적용에 기존 대한통운 영업소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CJ로 통합돼 벌이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일부 영업소는 수수료가 깎였다. 여기에 기존에는 상상도 못한(?) 페널티제까지 도입되자 반발심리가 극대화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이번 CJ대한통운 사태의 본말이다.

엄밀히 따져 이번 문제는 CJ대한통운만의 내부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국내 수많은 업종 중 대표적 ‘갑’과 ‘을’의 관계로 비화되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 택배업은 그 특성상 영업소의 권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영업소 수십 곳이 경쟁사로 옮겨감으로써 본사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 경우도 많았다.

다만, 이번 CJ대한통운의 경우 본사와 영업소 간 계약내용을 들여다보면 본사(대기업)가 누릴 수 있는 불합리한 관행이 분명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시정돼야 한다. ‘갑’인 본사 입장에서는 관행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을’인 영업소에서는 생존권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양자가 만나 합리적인 돌파구를 찾아 합의하면 끝날 일이다.

문제가 확대되자 CJ 측은 수익성을 보장하고 페널티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배송을 거부하고 있는 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은 회사 측의 이러한 발표를 믿지 못하고 있다. 배송기사들은 회사 측에 협상테이블로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외부세력(화물연대)이 주도하는 협상장에는 나갈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상호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기자가 지난 17년간 대한통운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대한통운’에는 본사와 영업소 간 상호 신뢰가 상당했다는 점이다. 물론 직영률이 높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미덕이 있었다는 것이다. 

본사와 영업소 양자 모두에 묻고 싶다. 현재의 ‘CJ대한통운’에도 이러한 신뢰가 존재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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