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돈 KGB물류그룹 회장

-대기업·언론 반성해야
-이르면 내년 중 기업 공개
-추석물량, 적정량만 배송


“택배서비스가 좋아지길 바란다면, 현장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박해돈 KGB물류그룹 회장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회사’를 가장 중요한 경영이념으로 손꼽는다. 그는 “현장 종사자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데, 회사에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란다는 것은 한참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또 “택배업체 CEO가 물량에 급급한 경영을 하면 결과적으로 시장이 황폐해진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택배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기업 CEO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강한 어투로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KGB물류그룹이 택배사업을 시작한 지 5년 6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 많은 중소업체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KGB택배만 거의 유일하게 매년 경영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그 원인이 있다면.

- 특별한 것은 없고 그냥 기본에 충실해왔다.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경쟁하려면 ‘서비스 품질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품질을 개선하려면 여러 가지 서비스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특히 고객과 가장 접점에 있는 배송 종사자들의 대우를 높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기본적으로 ‘싼 택배’보다는 ‘질 좋은 택배’를 고집한다. 이를 위해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에게 잘해줄 수밖에 없다. 업계 평균적으로 배송수수료로 900~1,000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우리는 1,200원 선에 맞춰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KGB의 경쟁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경쟁력을 앞세워 이르면 내년쯤, 늦어도 2년 후에는 기업 공개를 통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 저단가경쟁으로 피폐해진 택배시장을 되살려 놓기 위한 처방이 있다면.

- 시장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업계에 있다. 특히 60~70%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의 책임이 크다. 이 대기업들은 단가를 마구 내려 채산성이 악화되자, 그 책임을 현장에 전가해왔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영업소에 주어야 할 수수료를 깎아온 것이다. 배송종사자들이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니 머리띠를 두르고 데모를 하거나,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니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업계는 스스로 뼈저리게 반성을 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업계가 물량을 왜곡해 발표하면, 대다수 언론에서 이를 크게 키워온 경향이 있다. 언론은 지금부터라도 물량 위주의 보도를 자제하고,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우선해야 한다. 현재의 시장을 바로 잡으려면 업계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이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추석이 다가왔다. 매년 명절이 되면 택배업체가 가장 분주해지는 데 반해, 실익은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고 있는가. 또 KGB는 추석을 앞두고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명절에 수익이 남지 않는 이유는 각 업체가 적정량을 초과해 발생하는 것이다. 한계가 넘는 물량을 처리하게 되면 역마진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명절에 물량을 초과해서 처리했다고 자랑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다. 적정량만큼 배송해야 한다. 늘 그래왔듯 KGB는 이번 추석에도 적정량을 유지한 채 평상시와 같은 질 높은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이다.


▲ 지난달 몽골에 포장이사 관련 현지법인을 설립했는데, 몽골에서의 사업계획과 향후 해외진출계획에 대해 설명해달라.

- 개인적으로 ‘처음’이란 단어를 좋아하는데, 몽골에 ‘포장이사’라는 서비스를 처음으로 제공할 수 있게 돼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 돈을 번다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좋은 서비스를 몽골에 소개한다는 개념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몽골의 이사시장은 내가 우리나라에 포장이사를 처음 도입한 1980년대 중반과 비슷하다. 그러니 더욱 정감이 가고 또 책임감도 생긴다. 몽골에서는 향후 상황을 봐가며, 택배, 관광, 운수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몽골 외에도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현지 비즈니스센터의 도움을 받아 칭다오와 상하이 지역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 각계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로서 이러한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기업은 좋은 사회를 가꾸어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 단 이러한 행동은 기업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그 기업의 규모와 역할에 따라 모두 달라야 한다. KGB는 아직 큰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개인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잘살게 도와주자’는 것을 가장 중요한 경영이념으로 꼽고 있다. 현재 택배업계 종사자 대다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우리 종사자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현 상황에서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수익이 더 발생해 회사규모가 커진다면 반드시 다른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 물류업계에서 자수성가 한 대표적 기업인으로 손꼽히고 있는데,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종업체 기업인들에게 도움이 될 말이 있다면.

- 대다수 사람은 ‘자수성가(自手成家)’라 하면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해온 일들과 관련된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가난했기 때문에 2, 3일간 물만 먹으며 버틸 수 있었다. 이러한 것은 나에게는 고생도 아니었다.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흔히들 자수성가한 사람은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처한 상황이 다른 사람이 볼 때에는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모든 일에 대해 한 번도 힘들다고 불평해 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말을 해줄 수 있는 입장과 위치는 아니지만,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현 상황에 불만을 갖지 말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감을 갖고 일을 처리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