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달협, “등록비 5만 원에 매월 관리비 5,000원 씩 자동이체 하라”

- 통물협, “불법행위로 반드시 시정돼야”
- 국토부, “수수료 과다…강제적 행위는 불법”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용달협회에서 등록비와 관리비를 내지 않으면 증명서를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냈지만, 억울함이 아직도 가시지 않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6년 넘게 택배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경성(가명) 씨는 정부의 택배차량전환사업에 따라 직원들의 차량을 사업용택배차량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달 관할 사업자단체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경기도용달협회가 차량 1대당 취업등록비 5만 원과 매달 관리비 5,000 원을 내지 않으면 화물운송종사자격증명서(이하 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않겠다고 강제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사업용택배차량 넘버(노란색 번호판)를 받으려면 증명서가 필수요소이기 때문에 돈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정부(국토교통부)에서는 별도의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협회를 찾아가니 돈을 내지 않으면 절대로 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협회의 회원으로 등록해야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경기도용달협회 담당자)이 ‘회원 가입비가 아니라 등록비와 관리비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로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말장난이지 뭡니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억울하지만, 돈을 주지 않으면 (증명서를)내주지 않겠다고 버티는데, 개인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김 씨의 말이다.

등록비와 관리비 문제로 협회 직원과 한 시간 여 동안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이날 김 씨는 20대가 넘는 차량에 대한 등록비 120여 만 원을 지불하고, 차량 1대당 매달 5,000 원씩 관리비 명목으로 협회에 자동이체 한다는 내용의 문서에 사인을 해준 후에야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택배차량 전환사업과 관련, 정부가 지난달부터 사업용 택배차량을 허가해 주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불법적 행위가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용달화물사업자단체에서 사업용택배차량 전환에 필수적인 증명서를 발급하면서 등록비나 관리비를 불법적으로 수수하고 있는 것.

한국통합물류협회(이하 통물협) 및 택배업계에 따르면, 전국 용달화물협회에서 이 같이 증명서 발급을 빌미로 사실상 협회 가입을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신규 허가대상자들이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협회에 가입해야 하거나, 이에 필요한 어떤 비용도 지불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해당 사업자단체에서 등록비(가입비)와 관리비(회비)를 내지 않으면 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않고 있어 문제가 확대되고 있다.

통물협 관계자는 “용달협회에서 무슨 근거로 이러한 비용을 수수하는지 모르겠다”며 “강제 회원 가입이라는 비난이 일자 최근에는 취업등록비와 관리비 명목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법에 규정되지 않는 것으로 본인들이 규정을 만들어 활용하는 불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들 용달협회는 지난달부터 사업용 택배차량 허가사업이 본격화 되자 ‘수수료(관리비) 징수규정 개정 공고문’을 만들어 기존에는 없는 수수료(관리비) 관련 규정을 추가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용달협회는 지난달 10일 수수료 징수규정을 개정, ‘화물의 집화·배송만을 담당하고자 허가받은 용달화물(택배)자동차 운송사업자의 등록, 관리 등에 대한 수수료(관리비)를 정액표(등록비 5만 원, 관리비 매달 5,000 원) 기준으로 징수한다’는 내용을 새로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해당 사업자단체 자체 규약으로, 협회원이 아닌 일반인(사업용 차량 허가대상자)이 따라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김 씨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나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이 전국에 걸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각 지역 사업자단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강제로 회원 가입을 종용하거나, 이와 유사한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어 관련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도 이 같은 민원이 지속되자, 최근 2~3차례에 걸쳐 전국용달화물연합회 및 전국개별화물연합회에 국토부장관 명의로 공문을 보내 “신규 허가대상자들이 자격증명을 발급받기 위해 협회 방문시, 가입비 및 택배전속계약서 요구와 협회에 가입하지 않을 시 증빙서류를 발급해 주지 않는다는 등 가입유도 및 강제성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관련법에 협회 가입 의무사항이 없으므로 허가대상자들에게 협회 가입 등을 요구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통보했지만, 이러한 등록 및 관리비 수수행위는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 18개 용달협회를 대표하는 전국용달연합회측은 회원가입을 강제로 종용하는 것이 아니라 증명서 발급 및 향후 운전자의 경력관리를 위해 드는 비용을 수수하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용달연합회 관계자는 “국토부로부터 불법적으로 회원가입을 종용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유도할 수는 있는 것 아니냐”며 “증명서 발급과정에서 각 협회에서 강제로 회원을 가입시킨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등록비와 관리비를 받는 것은 이번에 허가되는 차량 1만 3,000여 대에 대한 증명발급 및 향후 관리 과정에서 비용이 들기 때문이며, 이 비용을 당사자들이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허가증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허가대상자(택배기사)가 등록비나 관리비를 내지 않더라도 허가증은 발급할 수밖에 없지만, 사후 관리는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이 비용을 받지 말라고 명령을 내린다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협회는 운전자들에 대한 사후관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토부가 우리(용달연합회)한테 자격증명을 발급하라고만 했지,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국토부는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련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용달협회가 증명서를 발급하기 위해 수수료 차원에서 비용을 받는 부문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여할 수 없지만, 그 비용이 과다하거나 수수방식이 강제적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물류산업과 관계자는 “사업자단체가 증명서를 발급하면서 소정의 수수료를 받는 것은 각 협회가 정관을 통해 적정한 금액을 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는 “이는 정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지만, 조금 애매한 것이 이번 사안은 자격을 갖춘 허가대상자가 관할 협회에 증명서 발급을 신청하면 협회는 그 어떤 대가나 요구없이 의무적으로 발급하게 돼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등록비를 낸 후, 매달 관리비를 자동이체 시키는데 동의하는 문서에 사인을 해야만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것은 불법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부문은 분명 불법적인 것으로, 반드시 시정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등록비(5만 원)와 관리비(月 5,000 원)가 지나치게 비싸는 지적에는 “우리도 지나치게 많다는 입장이며, 이 때문에 최근 용달연합회 회장을 불러 현재의 수수료 체계가 시정되지 않으면 적정 수수료를 국토부장관에게 승인을 받게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증명서 발급에 따른 강제성과 지나친 수수료에 대해서는 정부가 간과한 부문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시인하고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심도 있게 검토해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적정수수료가 정해지면 이미 수수료를 납부한 사람들이 과다 지불한 부분에 대해서는 환급해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이 또한 수수료 조율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일로 본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