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서도 의견 분분

-전문가, “누가됐든 해운업을 장치산업으로 보지 않으면 실패할 것”

 

#.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하게 되면 국내 해운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데다, 대량화주의 경쟁사에서 결국 물량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A 해운사 관계자)

#. “전세계적으로 대형화된 해운사가 살아남는 등 현재 해운시장의 패러다임은 규모의 경쟁으로 변화했는데, 대형화주의 자금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해운회사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와야 합니다.”(B 해운사 관계자)

#. “대형화주든 사모펀드든 해운업을 진출하거나 혹은 인수를 하게되더라도, 해운업을 장치산업이 아닌 금융산업으로 보게되면 결국 성공할 수 없습니다.”(A대학교 교수)

정부의 M&A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이 제한적으로나마 인수가 가능하게 됐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패러다임이 대형화로 변화됨에 따라,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에 대한 해운업계 및 전문가의 입장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해운업계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으로 대량화주의 진입 규제를 주장하고 있는 양상도 있지만, 반대로 자금력 있는 화주사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해운업체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끊임없이 대형화주들이 해운업 진출을 노려왔다. 과거 포스코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포스코는 장학재단을 통해 1990년 거양해운을 설립했지만, 해운업계의 지속적인 반발과 경영악화로 결국 5년뒤인 1995년 한진해운(당시 한진그룹)에 매각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자체 해운사인 거양해운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체적인 물량을 소화할 수는 있어도 경쟁사의 물량을 흡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경쟁사가 국내외 여러 곳인데 경쟁사에서 포스코의 자회사인 해운회사에 물량을 줄 리가 있겠냐”고 반문하고는, “결국 자체 물량밖에 소화할 수 없어 기업이 정체되고 성장하지 못해 한진해운에 매각하는 전철을 밟게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국내의 그룹내 정유사를 계열사로 가지고 있는 S해운사 역시 경쟁사의 원유 수송에는 절대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S해운이 2~3년 전 국내 타 정유사의 물량 입찰에 참여했다가 해당 회사 임원이 경쟁사가 입찰에 들어왔다며 망신만 당하기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규모의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한 해운업계에 공룡 해운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은 자금력이 풍부한 대량화주밖에 없음에도 지나치게 보수적인 관점으로 해운업 진입을 막고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화물확보라는 장기적 배경이 없으면 성장하기 힘들다”며, “국내 양대 컨테이너 선사 중 현대상선이 어려운 것은 과거 자체 그룹의 물량이 뒷받침 돼 줬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인 점도 없지 않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머스크가 1위를 하는 배경은 미국의 씨랜드를 인수하면서 합작으로 연계된 미 국방부의 군수화물 덕분”이라며, “큰 시각으로 보면 한국의 해운이 중국 때문에 위축될 것에 대비해 전략에 신경써야 하는 시점임에 따라,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 제한은 해묵은 논리”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해운업계의 상반되는 논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찌됐든 해운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해운업 자체를 금융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종길 한국해운물류학회 회장은 “대량화주가 됐든 사모펀드가 됐든 중요한 것은 해운업을 장치산업으로 봐야 성공할 있다”며, “해운업을 금융산업으로 보면 누가됐든 해운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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