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비상경영체제 상에서 퇴직위로금이 지급되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명예회장의 보수 등의 다른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합니다.” 한국선급 K 이사

#.“퇴직위로금을 통해 판공비 및 보수와 분리시켜야 하며, 금액은 정해준대로 하겠지만, 지급 시기를 조절하면 문제가 없으며 주무관청(해양수산부)과 합의한 상태입니다. 이 안건과 지금의 비상경영체제는 별도 분리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영기 전 한국선급 회장.

지난해 한국선급 제3회 이사회에서 오공균 전 회장의 퇴직위로금 지급 관련 안건을 의결하면서 한 이사와 전영기 전 한국선급 회장이 발언했던 대화내용이다.

한국선급은 이날 이사회에서 오 전 회장의 6년간 실적을 운운하면서 연봉 100%에 해당하는 2억 2,000만 원을 지급키로 결정, 바로 다음 달인 10월 오 전 회장에게 이를 지급했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전영기 전 회장을 비롯해 선급측 상임이사들이 줄곧 오 전 회장에게 퇴직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몇몇 이사들이 “전례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퇴직위로금이 아닌 다른 명목으로 지급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전영기 회장이 주무관청 및 전임회장, 한국선급의 모든 의견이 반영된 제안이라고 주장한데다, 다수의 이사가 찬성하면서 결국 지급이 결정됐다.

특히, 한국선급과 몇몇 이사들이 퇴직위로금 지급을 결정하면서도, 임직원의 동요나 언론 보도에 대해선 상당히 경계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K 이사는 “비상경영체제 상황에서 임직원의 동요는 없는지”라고 묻거나, J 이사는 “언론에 알려질거 같은데, 이런 적자 상황에서 안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지”라고 선급측 집행부에 묻기도 했다. 전영기 회장도 “외부에 유출을 금지한다”거나, “같은 걱정 중에 있다”면서 외부유출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듯한 정황이 고스란히 회의록에 드러나 있다.

게다가 또 다른 이사가 명예회장 보수나 고문외 보수 등의 명목으로 지급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다른 이사들이 “정리가 다된 상황에서 지급하는게 마땅하다”, “직원들의 수고도 있지만, 전임회장의 실적은 인정돼야 한다”면서 이를 묵살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최근 공개된 한국선급의 이사회 회의록에 대해 놀라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충분히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선급의 집행부가 이사회의 인원을 미묘하게 조정하면서 집행부측 주장이 관철될 수 있게끔 일부 인물을 채워놨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선급이 전무후무하게 연말에 167억 원이나 적자가 예상된다고 집행부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명목상에도 없는 퇴직위로금을 만들어서 집행하겠다고 하면 반대를 안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는, “그동안 선급과 관련해 업계에서 이미 이사회를 전임 회장의 입맛에 맞춰놔 반대의견을 내놓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는데, 이번 보도로 결국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도 “방만경영 문제가 상당히 불거졌던데다 당시 해경의 압수수색까지 받는 상황에서 전임 회장의 퇴직위로금 지급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그런 상황에서 누구하나 제대로 반대의견도 내놓지 않고 거기다가 해수부까지 이를 승인해줬다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영기 전 회장은 한국선급의 회장으로 선출된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투명한 경영을 선언해 왔다. 하지만, 이사회 회의록에서 드러난 그의 발언에는 투명경영은 커녕, 오 전 회장의 행적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한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선급의 이사들은 또 어떤가. 선급의 이사들은 조선·해운업계와 학계에서 명망있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음에도 몇몇 인사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발언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참석자 중 일부는 이사회 내내 한마디 발언도 하지 않는 등 마치 거수기 역할에만 충실했다는 의혹을 지울수 없다. 이번 이사회 회의록에는 선급을 외부에서 관리감독해야 할 해수부는 눈을 질끈 감고 있고, 이사회에서는 밀어 붙이는 집행부 측 인사들의 힘에 마냥 끌려가는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이번 국정감사가 종료되면 한국선급은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개혁은 구호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다. 외부 감독기관인 해수부가 눈을 똑바로 치켜 뜨고, 내부 이사들의 객관적인 인력 구성이 이뤄져야만 진정한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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