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대한해운이 지난해 영업이익에 버금가는 자금을 그룹 건설사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해운으로부터 자금을 대여받은 우방 등 계열사들 대부분은 토지입찰보증금으로 이를 사용했다.

대한해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해운은 약 933억 2,000만 원(연결기준)을 SM그룹 관계사에 대여해 줬다. 해당 자금은 대부분 SM그룹의 주력 건설업체인 우방, 우방산업 등으로 지원됐으며, 이들 업체들은 토지입찰보증금으로 이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해운측은 “회사는 재금융 및 선박건조대금 등을 대비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그룹계열 건설사는 여건이 좋은 아파트 부지 확보를 위한 입찰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대한해운은 여유자금 중 일부를 계열사에 단기로 대여해 연 6.9%의 이자를 수수했다”며, “계열사가 짧은 기간 동안 은행 차입을 할 경우, 발생할 업무 비효율성 및 비용절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해운업계에서는 대한해운이 지난해 영업이익에 준하는 자금을 지속적으로 그룹 건설사에 지원한 사실에 대해 석연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 SM그룹이라는 새주인을 맞고 겨우 법정관리를 졸업한 대한해운이 해운시황이 회복되지 않은 지난해 주력 계열사(건설사)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연결기준)이 각각 982억 원, 718억 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건설, 해운, 조선업이 '불황 3종 세트'로 불리우는 상황에서 해운회사가 건설사를 지원했다는 점과 그간 그룹 계열사간 자금대여로 여러 기업들이 문제가 됐었기 때문에 대한해운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회사에 여유자금이 생기면 빚을 갚던지 해야지 은행 리스크 관리 3종 세트인 그룹계열 건설회사를 지원해 준다는 것이 말이나 되냐”고 반문하고는, “해운시황이 지속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현 시점에서 또 다른 부실 우려 업종에 지원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 회계 전문가도 “과거 대한전선이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중흥건설 등이 그룹사간 자금대여로 문제가 됐던 바 있는 만큼, 현재 기업의 그룹사간 자금 대여에 대한 눈초리가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통상적으로 필요한 자금은 은행에서 빌려야 하나 회계 장부상 연말까지 모두 갚은데다 정상적인 이자율을 적용했다면 문제될 것은 없겠지만, 향후 어느 한 쪽이 부실화된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해운은 지난해 그룹 계열사인 티케이케미컬의 아파트 사업에도 일부 지분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업은 김포 고촌 우방아이유쉘 공사로, 지분의 20%인 220억 원을 투자했다. 대한해운측은 해당 사업에 대한 수익이 예상되는 만큼 일회성으로 투자했다는 입장이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는 약 70% 공정을 진행하다 중단된 공사를 그룹에서 저가에 인수해 남은 공정을 완공하고 분양하는 형태로 사업시작 시점부터 상당한 이익이 예상되는 사업이었다”며, “회생절차를 종결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선박건조 등 신규시설 투자에 대비해 자금 소요가 필요해 해당 사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