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중계기지부터 LNG 벙커링에 이어 피더부두로 용도변경

부산신항 입구인 남측 컨테이너부두 서쪽 끝단에 자리잡은 '호란도'(해도 표기로 호남도와 병행 표기)에는 십수년간 무슨일이 있었을까.

호란도는 2007년 부산항경쟁력촉진협의회에서 유류 중계지 구축에 대한 논의에 따라 유류중계기지로 설립될 예정이었다. 부산신항 개장 및 대형선박 입·출항에 따른 접안 급유체계를 도입하고 대량의 유류를 공급하는 중계시설을 구축해 부산신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2011년 한진해운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씨엘이 참여해 설립한 '부산마린앤오일'에서 2,90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지를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경기 불황으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사업이 장기간 표류했다.

당시 싱가포르의 유류중계기지를 표방해 세계적인 항만인 부산항에 선박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복안이었으나, 글로벌 메이저 오일 사업자를 찾지 못하면서 여러차례 착공기한을 연장한 끝에 2014년 사업이 무산됐고, 법인은 2016년 해산됐다.

당시 씨엘이 보유했던 호란도는 사업 무산 직전인 2013년 9월 현 주인인 호안해운에 넘어왔고, 호안해운은 해양수산부의 권고에 따라 2014년 기존 유류중계기지를 선박의 신연료인 LNG로 변경한 LNG 벙커링 기지로 설립키로 했다. 해수부는 호안해운이 LNG 벙커링 기지 설립을 위해서 이듬해인 2015년 12월 부산항 항만기본계획에 호란도의 용도를 LNG 벙커링으로 고시하고 2016년 9월 제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에 LNG 벙커링 기지의 입지를 확정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류중계기지는 기본계획에 용도를 고시돼 있지 않지만, LNG 벙커링은 기본계획에 용도를 고시하는 등 정부도 개발의지가 확고했다는 방증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원활한 추진이 예상됐던 LNG벙커링 기지 설립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바로 옆에 2-4단계 터미널(BCT)을 개발하고 있던 현대산업개발과 도선사협회, BPA(부산항만공사) 등이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던 것이다.

관련업계와 이해단체의 반대로 벙커링 기지가 추진되지 못하자, 2019년 8월 벙커링 기지의 입지는 호란도에서 남측 배후지로 바뀌고 2020년 12월 '제4차 전국항만기본계획'에서 호란도의 용도가 피더부두 2선석으로 변경됐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벙커링 기지 입지 변경 직전에 BPA측에서 호란도를 피더부두로 개발하자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며, “섬 주인의 직접 요청이 있어야 용도 변경이 수월하다는 요청도 있었고 어차피 LNG벙커링 기지 설립이 무산됐으니 피더부두로 직접 개발하는게 낫지 않겠냐는 복안이었을텐데 이후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 것 같다”고 전했다.

용도변경 이후 호안해운은 현대엔지니어링, 대우조선해양, 한화건설과 컨소시엄을 맺고 곧바로 피더+잡화부두 개발을 위한 사업제안서 작성에 돌입해 10개월에 거쳐 해수부에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기본계획 변경을 이유로 반려됐다.

해당 사업은 공교롭게도 기본계획고시 변경(2022년 2월 4일)이 고시된지 이틀 후인 2월 6일 대우건설컨소시엄이 민자사업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해수부로부터 최초 제안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현재로선 최종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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