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말 많고 탈 많은 한국선급(KR) 회장선거가 마무리되고, 3일 전영기 신임회장이 정식으로 취임한다. 이번 선거에서 내부인사인 전영기 씨가 당선된 것에 대해 선급 측은 무척 고무돼 있다. 선급이 출범한지 53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인사가 회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축하할 일이다.

전영기 씨는 이번 회장선거에서 86개 회원사 중 46표를 얻어 회장에 당선됐고 내일부터 한국선급의 수장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걷게 된다.

사실 이번 회장 선거는 유세기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임회장의 독단적인 행보로 여기저기에서 불만이 터져나왔고, 이러한 부문이 선거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상당부문 아쉽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선급이 오공균 회장이 임기말을 앞두고 이러저러한 사업들을 펼치니까 여러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고, 선급측에서도 의혹을 잠재우고 정부부처와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독단적으로 밀어붙여 일부 회원사에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었다”며 “그럼에도 선급측이 이를 묵살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거 전에 있었던 정기총회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일부 회원사들은 사전 통보 없이 총회장에서 정관개정을 추진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었다.

총회에 참석했었던 한 회원사 대표는 “회장직이 엄연히 선거에 의해서 선출되는 자리임에도 별도 비상근 의장직을 신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며 “그럼에도 이사회에서 승인을 했으니 별문제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는데, 회원사에게 좀 더 이해를 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공균 회장이 임기 말에 여러가지 일들을 추진하니까 당연히 본인 자리를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본인이 끝까지 아니라고 하니까 다른 말은 못하겠지만,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서 설득력이 떨어져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신임 회장이 선출돼 당장 취임식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오공균 회장에 대한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자회사인 iKR 설립을 두고 정부부처와 의견이 충돌한 것과 정관규정까지 무시해가며 특정인에게 임원과 자회사 대표를 겸직하게 한 이유가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선급은 선박의 등급을 매기고 검사를 하는 것이 본업이다. 이는 정부가 관련업무를 위탁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선급이 지난 53년간 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철저히 차단해야겠지만, 무조건적인 대립도 자제해야 하는 것이 선급의 필연적 숙명이다.

전영기 회장은 향후 3년간 한국선급을 이끌게 된다. 전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세계 4대 선급 진입’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선급 단독으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와 업계 및 회원사들의 노력이 있어야 이러한 목표도 이룰 수 있다.

신임 회장의 용단이 있어야 선급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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