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 각지점별 ‘거래처 이탈현황’ 전격 입수

- ‘HL프로젝트’ 가동 후 月평균 4만 7천 건 CJ로 이탈

 CJ대한통운의 저단가 타깃영업으로 로젠의 물량이 대거 CJ로 이탈했다.<사진은 CJ대한통운 대전 문평동 허브터미널>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CJ대한통운의 타깃업체가 된 로젠의 택배물량 이탈현상이 꽤나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CJ대한통운이 로젠을 타깃업체로 지정(HL프로젝트)한 지난해 12월 이후 물량이 대거 이탈하면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로젠의 ‘거래처 이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4월 9일까지 전국 75개 지점에서 총 321개 거래처를 빼앗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서울권이 176곳(54.8%)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경기권 58곳(18.1%), 경상권 55곳(17.1%), 충청권 14곳(4,4%) 등의 순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월별 거래처 이탈물량을 살펴보면 CJ대한통운의 ‘HL프로젝트’가 이 회사의 물량이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잘 알 수 있다. 본지가 입수한 CJ대한통운 내부자료(본지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진과 로젠을 타깃으로 삼은 HL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진행됐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4개월 간 이탈물량은 총 18만 7,044건으로 월 평균 4만 6,761건에 달한다. 특히, CJ측의 저단가 영업이 극성을 부리던 3월에만 8만 2,294건이나 이탈했다.

이에 비해 HL프로젝트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는 총 17만 8,560건으로 월 평균 1만 6,232건 이탈했다. CJ대한통운의 HL프로젝트가 본격화된 후, 로젠의 월평균 이탈물량 증가율이 약 3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로젠측 관계자는 “자료는 각 지점에서 CJ측으로 이탈한 물량만 집계한 것으로, 이탈물량은 모두 CJ대한통운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며, “집계에서 빠진 지점도 있어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물량이 이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단가를 살펴보면, CJ측의 저단가 영업행위가 얼마나 파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탈단가는 각 지점별로 물량에 따라 상이했으나, 기존에 로젠이 거래해 왔던 단가에 비해 평균 500~600원 가량 낮은 가격에 CJ측으로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게는 200~300원에서 많게는 1,000~1,500원까지 낮은 가격까지 천차만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전북지역의 한 지점은 애완동물의 먹이를 상자당 4,000원에 거래했지만, 1,500원 낮은 2,500원에, 어린이 캐릭터용품을 3,000원에 거래해 왔던 경기지역의 한 지점은 절반가격인 1,500원에 각각 CJ측에 빼앗겼다.

CJ측으로 넘어간 물량의 평균 이탈단가는 1,800원이 100곳(31.2%)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2,000원 83곳(25.9%), 2,200원 42곳(13.1%) 등의 순이었다.

이탈품목은 의류가 17.4%로 가장 많았고, 식료품(14.3%), 검퓨터·주변기기(13.1%) 등으로 조사됐다.

로젠측 관계자는 “잘 아시다시피 택배는 각 영업소가 개인사업체로, 이처럼 대기업이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들어오니 답답하다”며, “CJ측도 손해를 각오하고 들어온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냥 다 내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답답한 심정을 표출했다.

이어 “CJ측이 아직도 이러한 영업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물량 이탈 자료는 공정위에서 부르면 언제든지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업계도 이번 CJ측의 타깃형 저단가 영업행위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시장에서 지금까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정하고 이렇세 치밀하게 저단가영업을 한 경우는 없었다”며,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대기업이 거래처가 소량화주인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정하고 단가를 500원에서 1,500원씩 내려 영업을 한다면 이는 해당기업을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간 경쟁은 한 기업이 일방적으로 당하지만은 않는다. 이 경우, 경쟁사가 대량화주를 채 가려고 하면 해당 기업이 즉시 대응에 나서기 때문에 쉽게 거래처를 빼앗기지는 않는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단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로젠과 함께 CJ의 타깃업체가 된 한진은 물량 이탈현상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로젠측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CJ대한통운의 저단가영업 및 영업소 빼가기 행위를 중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으며, 공정위는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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