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재벌기업 갑질 횡포에 ‘피눈물’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때 직원 40~50명을 거느리던 중견 해운중개업체가 CJ대한통운의 갑질로 길고긴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해당 계약건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직원들 모두 회사를 떠나 사장(관리인)만 홀로 남아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CJ대한통운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과 국내 해운중개업체인 KLS간 손해배상소송 1심에서 KLS가 승소했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해당재판은 오는 15일 2차 변론이 있을 예정이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13년 9월 CJ대한통운이 화주인 현대위아로부터 크레인 1기를 브라질로 수송해 달라는 해운중개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다시 국내 해운중개업체인 KLS에 재위탁하는 과정에서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건이다.

당시 CJ대한통운은 KLS에 화주인 현대위아와의 계약 사항에 대해 제대로 통보하지 않고 계약사항을 수시로 변경, 최종적으로 현대위아와의 계약이 해지됐었다. 특히 선박이 출발한 이후 일정을 변경하고 이미 국내에 입항한 선박을 되돌려보내는 등 KLS가 선사에 이에 따른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CJ대한통운은 기존에 지급한 선지급금까지 돌려달라며 KLS에 소송을 제기했다. 외국선사에 크레인을 실어나를 배를 계약한 KLS측 입장에서는 CJ측의 소송은 날벼락과 같은 것이었다.

계약내용에 대해 하청업체인 KLS에 제대로 통보를 해주지 않아 제날짜에 화물을 수송하지 못한 현대위아측도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현대위아는 2015년 1월 CJ대한통운에 손해배상금 34억 원을 지급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CJ대한통운도 계약 취소 위약금 31억 원을 달라고 맞소송을 걸었다.

항소심까지 진행한 해당 소송은 올초 재판부에서 CJ대한통운측 손을 들어줬으며, 현대위아는 CJ에 31억 원을 지급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위아가 항소를 포기하고 CJ대한통운에게 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약금은 해당 업무를 위탁받은 KLS와, 또 KLS가 크레인을 운송하기 위해 계약한 외국선사에 가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대위아측으로부터 위약금을 받아낸 CJ대한통운은 재위탁한 KLS측에 오히려 기존에 지급한 선수금까지 돌려달라면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KLS는 1989년 설립된 해운중개업체(복합운송업체)로, 한때 직원 40~50명이 근무하면서 매출 400~500억 원을 달성했던 알짜기업이었다. 이번 사건 직전까지도 상시근로자 12명에 매출 75억 원을 기록했지만 CJ대한통운 소송 이후 직원들은 모두 떠나고 관리인으로 선임된 대표 홀로 외로운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1심 재판부는 CJ대한통운측에 KLS가 선사에 줘야할 1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며, “하지만, 현대위아로부터 돈을 받은 CJ대한통운은 오히려 KLS측에 기존에 지급한 6억 원의 선수금까지 모조리 돌려달라며 항소를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CJ대한통운과 계약파기를 기점으로 위기를 맞아 결국 법정관리까지 신청했고 회사 전직원들이 기약도 없이 재벌기업인 CJ대한통운과의 소송때문에 지치지 않았겠냐”며, “현재는 직원들도 다 떠나고 관리인으로 선임된 사장 혼자 재벌기업에 맞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관련 소송에서 계속 이겨왔다면서도 KLS의 운송료 지급 판결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대위아와의 소송에서 이겨왔고 KLS와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며, “미리 지급한 57만 달러(6억 원)에 대한 결과는 2심에서 나오면 최종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했다.

CJ측의 이러한 행동은 전형적인 ‘재벌기업의 하청업체 죽이기’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CJ입장에서는 하청업체와의 소송에서 이기면 좋겠지만, 져도 상관없을 것”이라며, “이는 소송을 최대한 길게 끌고가면서 하청업체의 피를 말리려는 재벌기업의 전형적인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어 “CJ측입장에서는 현대위아의 크레인을 운송하지 않고 31억 원만 삼키겠다는 심산”이라고 지적하고는, “이런 소송이 걸리면 중소기업 대다수는 문을 닫거나 재벌기업에 엎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혀를 찼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지난 2015년 10월 CJ대한통운과 KLS에 대해 대기업 갑질의 대표사례로 하도급법 위반사항에 해당된다면서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지난 3월 대법원서 ‘심리불속행기각’으로 처리해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줘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에서 억울한 일이 생기지 말라고 3번의 재판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번 결과로 KLS가 더 억울해지게 생겨서 안타깝다”며, “이렇게 된 이상 민사소송으로라도 승소를 해야되겠지만, 회사가 그 소송을 감당할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CJ대한통운이 KLS에 갑질을 했다며 내린 시정명령이 효력이 없다는 것인지 결과가 다소 황당하다”며, “KLS는 법정관리 중이라 해당 비용을 받아 채권단에 갚아야하니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라고 결정했겠지만 민간기업은 대기업과 소송이 진행되면 일찌감치 회사 문을 닫으라는 교훈만 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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