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진해운이 과거 조양상선 파산 당시와 일면 비슷한 행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우려됩니다.”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에 금융권과 동종업계에서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진해운과 지난 2000년대 초께 부도가 났던 조양상선의 현 상황이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양상선은 1980년대 원양으로 제일 먼저 항로를 개설한 컨테이너 선사였으며, 당시 컨테이너 ‘빅3’로 현대상선, 한진해운 다음으로 대형 컨테이너 선사로 자리잡기도 했다.

하지만, 높은 회사 부채와 무리한 투자로 IMF 이후 끝내 파산했지만, 아직까지 이에 필적할 만한 선사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 때 대단한 회사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조양상선이 파산 당시 재직했던 한 관계자는 “IMF 당시 과거에 숨겨놓은 부채들이 많아 부채비율이 400%를 넘어선데다 무리한 투자도 파산의 주요 원인이었다”며 “용선계약 체결에 너무 많은 투자를 했는데, 이 투자가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해 결국 파산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및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양상선의 파산 원인이 최근 한진해운의 행보와 유사하다는 점에 주시하고 있다. 옛 조양상선의 부채비율만큼은 아니지만, 타 선사보다 높은 부채비율과 무리한 선박투자는 한진해운에 꽤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4분기 IR보고서를 살펴보면, 부채비율이 452%에 달한다. 또 지난 2007~2008년도 호황기에 발주한 선박 중 올해부터 내년까지 인도예정 선박이 약 10척이나 된다.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현대상선이 지난해 기준으로 약 403.8%이며, STX팬오션이 지난해 연말까지 186%인 점에 비춰볼 때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컨테이너 운임 폭락과 연료유 상승으로 지난해 4분기 나란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한진해운이 4분기에 부채비율 감소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현대상선에 비교한다면 분명 높은 수치라 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부채비율이 높아 지난해 말께 유상증자를 했지만, 4분기 대규모 적자로 자금확보를 위한 유상증자의 의미가 무색해졌다”며 “유상증자 하기 전 수준으로 부채비율이 원상복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황기에 발주한 여러척의 선박들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라서 앞으로도 이 선박들이 한진해운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진해운이 최근 몇 달동안 컨테이너 운임 인상 성공 및 하반기 시황반등이 예상되고 있어 올해 흑자전환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실적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컨테이너 운임인상이 4월 이후부터 적용돼 2분기는 흑자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운임인상이 성공했고, 나머지 분기에도 이 분위기가 꾸준히 이어지면 올해 흑자전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이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폭이 예상됐음에도 오히려 4분기보다 적자폭이 더 커진 점과, 최근 계속되는 운임인상으로 화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업황개선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4분기 1,69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이번 1분기에는 이보다 더 많은 2,184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컨테이너 선사들이 하반기에 시황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분위기가 상당히 떠있는 상황”이라며 “대형 컨테이너선 투입과 갑작스러운 운임인상으로 화주들 반발도 만만치 않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운업계 전문가 역시 “지난 2010년 컨테이너 선사들이 흑자를 낼 수 있었던 요인이 선사 자구적으로 계선 등을 통해 선박공급 과잉을 해소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계선 선박을 지속적으로 풀고 있는데다 컨테이너선의 대형화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것으로 미뤄볼 때, 하반기 시황반등이 실제 성공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옛 조양상선 관계자는 최근 이같은 한진해운 상황에 대해 상당히 안타까움을 내비치며, 리스크관리에 신중해야만 조양상선의 전철을 되밟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나름대로 자구 노력을 기울인데다 시황회복에 힘입어 지난 2010년도에 흑자를 냈다”며 “하지만, 당시 괜찮아졌다고 경영진이 리스크관리에 좀 덤덤해져 판단이 흐려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이 휘청하면 국내 경기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물론 적어도 당장 한진해운이 어떻게 되진 않겠지만, 우려가 확대될수록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의 이치다.

주변의 이러한 우려 섞인 시선을 말끔히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한진해운측의 좀더 확실한 리스크관리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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