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 제정과 유사 업종과의 형평성 확보 시급

“서울시에서 택배 카파라치제 도입을 유예한 것이 확실합니까. 너무 다행이네요.”(인터넷쇼핑몰 운영업자), “정말 그동안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해 유예 소식에 눈물이 다 납니다.”(택배 종사자)

서울시의회가 택배 카파라치제 도입을 유보했다는 본지 보도를 접한 택배 및 유통 업계에 종사하는 몇몇 사람이 담당기자에게 전화 및 이메일로 남긴 말이다.

서울시의회가 ‘불법 화물차량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일명 카파라치제)’를 안건에서 제외시킴에 따라 택배업계와 유통업계가 한숨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시의회가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카파라치제 도입 안건을 의회에 상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택배차량 3만여 대 중 절반에 가까운 차량이 자가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제도가 시행됐다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절반에 가까운 자가용 택배차량이 차고에서 꼼짝도 못 하게 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국통합물류협회 따르면,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의 연간 평균 택배이용횟수는 51회, 15세 이상 국민은 31회에 달한다. 지난 2010년 5월 한 시장조사전문기관이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는 20세 이상 성인남녀의 택배이용횟수가 연간 5.96회로 나타난 바 있다. 2년여 만에 국민들의 택배이용횟수가 급격히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택배이용률이 90%가 넘는 인터넷쇼핑몰과 TV 홈쇼핑업계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이번 서울시의회의 조치는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파라치제의 시행시기가 늦춰졌다고 해서 택배시장에 내재해 있는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정부의 위탁을 받은 화물 관련 사업자단체에서는 전국에서 택배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때문에 카파라치 도입 소식에 놀란 일부 자가용 차량 운전자들은 예전과 같이 물건을 배송하는 일상적인 업무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카파라치 소동’을 두고, 정부가 자가용 택배차량 운전자들의 불법행위를 방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올바른 지적이다.

설사 카파라치제가 영원히 시행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자가용 화물차의 유상운송행위는 현행법상 명백히 불법이다. 따라서 정부는 불법으로 운행하는 화물차에 대해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는 쉽게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바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져 있기 때문이다.

원인이 뭔지는 우리 모두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택배 관련 법·제도 제정’과 ‘동종 및 유사 업종과의 형평성 확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택배차량 증차와 화물운송주선면허의 추가 발급이 중단됐지만, 택배업종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또 택배업의 기본 메커니즘이 다단계임에도 현행법상 다단계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DHL과 같은 특송사 및 우체국택배와의 불공정 경쟁 논란은 또 어떤가.

따라서 우리는 이번 ‘카파라치 소동’을 계기로 정부와 택배 업계 및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 반드시 결론을 내줄 것을 요구한다. 원인을 바로 잡은 후에는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카파라치 소동’으로 더욱 분명해 진 것이 있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운행해온 자가용 화물차 운전자들이 제지수단이 강력해지는 그순간부터 ‘불법’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불법 유상운송행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행돼왔지만, 뭐가 불법이고 뭐가 적법한지 그 개념 자체가 무덤덤해져 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악법도 법이고, 법은 만인에 공평해야 하며, 또 반드시 지켜야 한다. 단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틀은 마련해줘야 한다. 이제라도 ‘택배산업’의 첫 단추를 고쳐 꿰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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