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국선급 측에서 국익을 위해 도와달라고 해서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됐습니다.”

최근 한국정책금융공사(KoFC)가 한국선급과 선박 및 플랜트 금융 프로젝트 관련 MOU를 체결한 이유에 대한 KoFC측 관계자의 말이다.

KoFC는 관계자는 “우리쪽에 선급 지정 권한은 없지만, 선주와 화주들과 협의를 하면서 파이낸싱을 진행하기 때문에 협의 과정에서 한국선급 지정을 유도해 주기 위한 것”이라며, “선진 외국선급이 강세인데다, 선급측이 해외선사에 대해 영업력이 부족해 이를 지원해주기 위해 협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한국선급이 ‘국익’ 차원에서 KoFC와 같은 공기업이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틈만나면 공기업도 공익단체도 아니라고 강변해 오던 한국선급이, 국익을 내세우며 국내 금융관련 공기업에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대행검사를 독점해 왔으면서도, 정부출연금이 없다는 이유로 공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을 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고는, “그런데 KoFC에는 본인들이 아쉬우니까 국내 유일 선급단체를 내세우며 국익 운운하며 도와달라고 했다고 하는데, 본인들이 불리하면 민간단체이고 유리하면 국익인 것이냐”고 비판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관계자도 “해양수산부나 우리쪽에 와서는 민간단체라고 주장해 놓고 금융권에 가서 국익을 운운하며 본인들이 필요한 것을 얻어냈다니 어이가 없다”며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냐”고 황당해 했다.

업무협약에 대한 내용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선박금융을 지원해주는 금융기관은 ‘슈퍼갑’의 입장인데, 금융기관이 선급지정을 유도하게 되면 선사입장에서는 타 선급을 이용하고 싶어도 한국선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급에 대한 선택권은 선사의 고유 권한인데 금융권에서 대출을 빌미로 선급 지정에 대해 관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특히 요즘처럼 선박금융이 어려운 시점에서 돈 빌려주는 곳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KoFC에서 한국선급을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협약내용 가운데, KoFC 직원들이 한국선급측에 교육을 받는다는 내용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종사자들이 한국선급에서 교육을 받을 것이 뭐가 있겠냐”며 “MOU 체결 내용에 임직원 교육을 협력하겠다고 해서 코미디하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선진 선급과 같이 금융기관에 자국 선급 지정을 유도해 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한국선급 스스로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물론,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금융기관이 자국 선급 지정을 유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금융권이 한국선급 지정을 지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선진 선급에 비해 신뢰도가 떨어지는데다 부실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사실 선급은 KoFC 외에 다른 금융기관에도 유사한 내용의 협약체결을 요청했지만 거부 당했었다고 한다. 이 금융기관은 협약을 거부한 이유로 외국선급에 비해 한국선급의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에 한국선급을 이용할 것을 권유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에 보여주기식 MOU를 맺기보다는 선급 스스로가 업무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도 ‘절대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주며 한국선급을 이용해 달라고 권유(?)한다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

이번 KoFC와 한국선급의 MOU 체결이 어찌보면 자금이 필요한 해운업계에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하진 않을지 걱정된다. 양측의 업무협약이 왜 ‘국익’으로 포장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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