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회장, “(해수부가)조합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해수부, “인사개입 관련 문의조차 받지 않았다”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이용섭 한국해운조합 회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해양수산부가 그동안 조합 인사에 개입했음을 짐작케 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용섭 한국해운조합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자청, 해당 자리에서 “해수부로부터 (앞으로)해운조합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앞으로 해수부 추천 인사는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사실상 그동안 해수부가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을 공식화 한 것으로, 향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 해수부는 조합 관계자 그 누구로부터도 해당 질문을 받은 적도 인사 개입과 관련한 어떠한 입장을 전달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관련 발언의 진위여부에 대해 “(조합으로부터)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확답을 준적도 없다”며, “그 분(이 회장)이 담당자한테 물어봤을 일도 없을 것이고 그 부분은 제가 따로 말씀드릴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해운업계는 이 회장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언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조합의 인사는 해수부보다 조합의 회장과 이사진, 대의원들의 입김이 훨씬 크게 작용했음에도 뜬금없이 조합의 내부책임을 해수부로 떠넘겼다는 점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세월호 사고 이후 전직 이사장이 사고 직전 조합 인트라넷 내부에 올린 글까지 뒤늦게 화제가 되면서 해운조합의 내부 인사에 대해 인사권자인 이사장보다 외부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외부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A 이사장은 조합 인트라넷에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어려운 상황이다. (인사에)내가 모르는 다른 이권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인사권자인 본인이 인사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이 회장의 이번 인사 개입 발언과 관련, 그동안 조합측이 먼저 이사장과 경영본부장에 합당한 인물을 보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해수부에 의존했음에도, 갑자기 해운조합의 내부 문제를 해수부 탓으로 돌리는 비상식적인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해수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해수부가 언제 해운조합의 내부 인사에 관여를 했다고 뜬금없이 다른 사람도 아닌 회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언을 하느냐”며, “해수부에서 조합의 인사에 개입할 이유도, 할 필요도 없는데 정말 이해하기 힘든 조직이다”고 전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이사장과 본부장은 선출직이라서 투표를 통해 진행했던 부분이고, 해수부 출신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당선이 안됐을 것 아니냐”며, “본인들 편하려고 해수부 출신 인사를 원한 것이었고,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이사장의 공석이 장기화되자 오히려 조합 내부에서 해수부에 누구 보내 줄거냐고 물어봐달라고 떠든 사람들이 누군데 이제 와서 저런(인사 개입) 발언을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합의 한 대의원 역시 “해수부 인사를 받았던 것은 조합에서 원했기 때문이었고, 그 외에 내부 인사에 대해서는 각 지역 대의원이나 이사들이 일부 개입했던 것”이라며, 조합의 외부 입김을 일부 시인했다.

이 회장은 또 이기범 전 이사장의 사퇴배경에 대해서도 “해수부에서 이 전이사장을 찍어내기 한 것”이라고 발언해 업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법인카드와 관용차의 일부 사적인 이용이 이유가 됐지만, 퇴임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밝혀, 사실상 이 전이사장이 사퇴한 이유가 ‘해수부의 찍어내기’ 때문이라고 치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합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조합 내부 실세들 둘이 서로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과정에서 조합 내부 누군가의 투서에 의해 해수부에서 감사를 진행한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니냐”며, “조합 내에서 본인들끼리 싸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을 가지고, 해수부가 찍어내기를 했다며 사실을 왜곡하면 되겠냐”고 비판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개정조합법 시행으로 이사장의 권한이 한층 강화된 가운데 사실상 이사장이 조합업무를 총괄하는 현 상황에서 이사장 직무대행이 버젓이 있음에도 전례없이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사실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장 권한이 강화되기 이전에도 회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했던 사례가 없다”고 지적하고는, “조합법 개정으로 지난해 12월부터는 이사장이 조합의 실무를 총괄하는 상황인데, 간담회를 연다면 이사장 직무대행이 해야지 왜 회장이 전례없이 간담회를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해수부측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하단체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직접 정부 중앙부처의 인사개입 문제를 도마 위로 올림에 따라 해수부가 무대응으로만 일관할 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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